유월절을 안 지키면 죽는다?
“유월절을 지키지 않으면 마지막 재앙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절기 준수를 구원과 연결하는 일부 종파들은 출애굽기 12장의 유월절을 근거로, 오늘날에도 구약의 절기를 지켜야만 구원받을 수 있다고 가르친다. 레위기 23장의 일곱 절기가 폐지되지 않았으며, 이것이 구원의 실체라는 것이다.
이 가르침은 언뜻 성경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성경 전체의 구속사적 흐름을 정면으로 배반하는 교리다. 십자가에서 완성된 그리스도의 사역을 미완성으로 되돌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림자와 실체 — 성경 자체가 구분한다
바울은 골로새 교회에 이렇게 썼다.
“그러므로 먹고 마시는 것과 절기나 초하루나 안식일을 이유로 누구든지 너희를 비판하지 못하게 하라. 이것들은 장래 일의 그림자이나 몸은 그리스도의 것이니라.” — 골로새서 2:16-17
절기, 초하루, 안식일은 그림자(σκιά)다. 그 그림자가 가리키는 몸(σῶμα), 곧 실체는 그리스도다. 해가 중천에 떠올랐는데도 그림자를 붙들고 “이것이 해다”라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지혜가 아니라 혼동이다.
구약의 절기는 오실 메시아를 예표하는 은혜로운 그림자였다. 유월절 어린양은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을 가리켰고, 속죄일의 피 뿌림은 단번에 드려질 완전한 속죄를 예고했다. 그리고 그 실체이신 그리스도가 오셨다.
율법으로 구원받으려는 자에게 바울이 선언한 것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자유롭게 하려고 자유를 주셨으니 그러므로 굳건하게 서서 다시는 종의 멍에를 메지 말라.” — 갈라디아서 5:1
바울은 자유를 율법의 의식적 요구로부터의 구속사적 해방으로 선언한다. 그리고 곧바로 경고가 이어진다.
“율법 안에서 의롭다 함을 얻으려 하는 너희는 그리스도에게서 끊어지고 은혜에서 떨어진 자로다.” — 갈라디아서 5:4
“은혜에서 떨어진 자.” 율법의 어떤 조항이든 그것을 구원의 조건으로 격상시키는 순간, 그 사람은 은혜의 체계 자체를 떠나는 것이다.
“사람이 의롭게 되는 것은 율법의 행위로 말미암음이 아니요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는 줄 알므로 우리도 그리스도 예수를 믿나니 이는 율법의 행위로써는 의롭다 함을 얻을 육체가 없음이라.” — 갈라디아서 2:16
“육체가 없음이라.” 예외 조항이 없다.
출애굽기 12장과 요한복음 6장은?
첫째, 출애굽기 12:13이다.
“내가 그 피를 볼 때에 너희를 넘어가리니 재앙이 너희에게 내릴 때 멸하는 재앙이 너희에게 미치지 아니하리라.” — 출애굽기 12:13
이 구절은 역사적 사건의 기록이다. 유월절 어린양의 피는 그리스도의 피를 예표한 것이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저주가 되사 율법의 저주에서 우리를 속량하셨으니.” — 갈라디아서 3:13
출애굽기의 유월절은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앞서 가리키는 손가락이었다. 그 손가락이 가리킨 실체가 이미 왔는데, 여전히 손가락만 바라보라고 요구하는 것은 구속사를 역행하는 일이다.
둘째, 요한복음 6:54이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자는 영생을 가졌고 마지막 날에 내가 그를 다시 살리리라.” — 요한복음 6:54
같은 담화에서 예수님은 이미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곧 생명의 떡이니 내게 오는 자는 결코 주리지 아니할 것이요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라.” — 요한복음 6:35
“내게 오는 것”과 “나를 믿는 것”이 곧 그의 살을 먹고 피를 마시는 것이다. 이것은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영접하는 것을 말한다.
교회의 고백 — 의식법은 폐기되었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제19장 3항은 이렇게 고백한다:
“이스라엘에게 의식법으로 주어진 것은, 여러 의식적 규례들을 포함하는데, 일부는 예배에 관한 것이고 일부는 그리스도를 예표하는 것이었다. 이 예표적 의식법은 그리스도 안에서 그 실체가 성취됨으로써 신약 시대에 폐기되었다.”
바울은 절기를 구원의 수단으로 삼는 태도를 직접 꾸짖었다.
“너희가 날과 달과 절기와 해를 삼가 지키니 내가 너희를 위하여 수고한 것이 헛될까 두려워하노라.” — 갈라디아서 4:10-11
그리고 다른 복음에 대한 경고는 이렇다.
“우리나 혹은 하늘로부터 온 천사라도 우리가 너희에게 전한 복음 외에 다른 복음을 전하면 저주를 받을지어다.” — 갈라디아서 1:8
십자가는 완전했다
이 모든 논의의 핵심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한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완전한가, 불완전한가?
절기를 지켜야 구원받는다는 주장은, 의도했든 아니든, 십자가가 불완전했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피만으로는 부족하니, 인간이 절기 준수라는 행위를 보태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구약의 절기는 아름다웠다. 그것은 하나님이 주신 것이었고, 오실 메시아를 가리키는 은혜로운 예표였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그림자가 가리키던 분이 오셨다. 그리고 그분은 말씀하셨다:
“예수께서 신 포도주를 받으신 후에 이르시되 다 이루었다 하시고 머리를 숙이니 영혼이 떠나가시니라.” — 요한복음 19:30
이 말 앞에, 인간이 무엇을 더할 수 있겠는가. 절기가 아니라 그리스도가 구원이시다. 그림자가 아니라 실체를 붙들라. 종의 멍에가 아니라, 그리스도 안의 자유 위에 서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