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을 많이 안다고 겸손한 것은 아니다 — 영적 교만의 함정

성경을 많이 안다고 겸손한 것은 아니다 — 영적 교만의 함정

#새신자#영적 교만#성화#겸손#성경 지식

차 한 잔 내려 놓으시고

안녕하세요, 새신자의 친구 새봄이에요. 오늘은 조금 조심스럽지만 꼭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읽기 전에 따뜻한 차 한 잔 내려 놓으셔도 좋아요.

얼마 전 어느 수요일 저녁 성경공부 자리의 이야기를 들었어요. 교회에 나온 지 여섯 달 된 분이 용기를 내서 질문을 하나 꺼냈다고 해요. 그때 교회 4년차 되신 분이 옅은 웃음과 함께 이렇게 말씀하셨대요.

“성경도 잘 모르시잖아요. 좀 더 다니시면 이해가 되실 거예요.”

그 말을 전해 듣는데 마음 한쪽이 조금 시렸어요. 그리고 솔직히 고백할게요. 저도 교회 다닌 지 10년쯤 됐을 때, 비슷한 생각을 마음속으로 한 적이 있었거든요.

제일 잘 안 보이는 잘못

거짓말이나 미움, 욕심 같은 건 쉽게 알아차려요. 그런데 성경 지식이나 교회 경력 위에서 자라나는 잘못은 거의 티가 안 나요. 경건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거든요.

사도 바울이 이 위험을 한 줄로 요약해 두셨어요.

지식은 교만하게 하며 사랑은 덕을 세우나니

— 고린도전서 8:1

지식이 나쁘다는 말씀은 아니에요. 다만 지식은 사랑으로 흐르지 않으면, 어느새 마음속에서 굳어 버리기 쉬운 것 같아요. 내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 되거나, 옆 사람을 재는 자가 되거나 — 둘 중 하나예요.

믿는 사람 안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옛 마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아요. 그저 쓰는 연료만 바꿔 낄 뿐이지요. 성경이 익숙해질수록 그 옛 마음도 함께 자랄 수 있다는 것, 저는 그게 참 무섭더라고요.

바울이 말년에 남긴 한마디

디모데전서 1장 15절을 처음 교회 나온 분의 낮은 고백쯤으로 읽기 쉬워요. 저도 그랬어요.

미쁘다 모든 사람이 받을 만한 이 말이여 그리스도 예수께서 죄인을 구원하시려고 세상에 임하셨다 하였도다 죄인 중에 내가 괴수니라

— 디모데전서 1:15

그런데 바울이 이 말을 남긴 건 예수님을 처음 만난 때가 아니었어요. 수많은 교회를 세우고 신약 성경의 절반 가까이를 써 내려간 사역의 말년이었어요.

지식도, 경험도, 사역도 가장 깊어진 때에 그는 자기를 “죄인 중의 괴수”라 불렀어요. 겸손한 척이 아니에요. 은혜를 더 깊이 맛볼수록 자기 안의 어두움이 더 또렷하게 보인 거예요. 하나님 가까이 갈수록, 내 모습이 더 잘 보이더라고요.

바리새인과 세리, 차이가 뭐였을까요

13 세리는 멀리 서서 감히 눈을 들어 하늘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다만 가슴을 치며 이르되 하나님이여 불쌍히 여기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 하였느니라

14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에 저 바리새인이 아니고 이 사람이 의롭다 하심을 받고 그의 집으로 내려 갔느니라 무릇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 하시니라

— 누가복음 18:13-14

바리새인의 문제는 아는 게 많아서가 아니었어요. 문제는 그 지식이 그분의 시선을 위가 아니라 옆으로 돌렸다는 거였어요. “저 세리와 같지 않음을 감사합니다.” 이 기도는 하나님 앞에서 자기를 비춘 게 아니라, 옆 사람을 보며 자기를 잰 것이었지요.

조용히 물어볼 한 가지

복잡한 자기 분석은 필요 없어요. 성경이 한 줄 눈에 들어올 때마다, 교리 하나가 이해될 때마다, 조용히 이 질문 하나만 품어 보시면 좋겠어요.

이 지식 앞에서 내 무릎이 굽혀지는가, 아니면 허리가 펴지는가?

오해하지 마세요. 오늘 이 글은 누구를 나무라려고 쓴 게 아니에요. 지금 여러분이 “모른다”고 느끼는 그 자리, 교회 연차가 짧다는 그 사실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선물 같은 자리예요. 아직 지식을 훈장으로 바꿔 달 기회가 오지 않았으니까요.

십자가 앞에서는 모두가 새신자예요

세례 요한이 이렇게 고백한 적이 있어요.

그는 흥하여야 하겠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 하니라

— 요한복음 3:30

이 문장이 하루에 한 번씩 우리 안에서 새로워진다면, 아무리 많은 지식도 우리를 딱딱하게 만들지 못할 거예요.

그리고 꼭 하나만 기억해 주세요. 십자가 앞에서는 모두가 새신자예요. 20년차 장로도, 40년차 목사도, 어제 처음 교회 문을 열고 들어온 분도 — 그 나무 아래에서는 똑같이 무릎이 꺾이고, 똑같이 용서를 구해요. 거기서는 연차도 경력도 훈장이 되지 못해요.

오늘 한 가지만 마음에 품고 하루를 지내 보실래요?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무릎이 굽혀지고 있는가?” 그 질문 하나면 충분해요.

하나님, 성경이 익숙해지는 만큼 제 마음도 더 낮아지게 해 주세요. 아는 것으로 다른 이를 재지 않고, 아는 것으로 제 무릎이 더 굽혀지게 해 주세요. 오늘도 십자가 앞으로 저를 데려가 주세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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